레시피만 보고 만들 수 없었다
떡집에 처음 입문했던 초보 시절, 저는 떡마다 정해진 쌀가루 방아질 횟수와 재료 비율을 노트에 적어달달 외우는 것이 기술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안산의 한 떡집에서 베테랑 스승들을 만나 10년간 방앗간 현장을 지키며 깨달은 핵심은, 쌀의 수분율과 건조 상태, 그날의 습도에 따라 방아 롤러의 간격을 조절하고 스팀 압력을 조율하는 **’현장 제어 기술’**이야말로 진짜 떡의 맛을 결정짓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레시피대로 만들면 된다”라는 초보적인 생각을 넘어, 10년 차 기술자가 실전에서 겪은 꿀떡·가래떡 제작 시의 뼈아픈 실수담, 손끝 감각으로 쌀의 호화 상태를 확인하는 미세 공정 제어 원리, 그리고 떡을 빚으며 깨달은 삶의 철학을 진솔하게 풀어 정리해 드립니다.
떡을 배우게 된 시작
제가 처음 떡을 배우게 된 것은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나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 물었고
친구는 전통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음식을 만드는지 물어보니 떡을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기술직업한가지 가져봐도 갠찮은것 같아 한번 배워보면 괜찮겠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학원을 통해 떡 만드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배우려면 떡집에 들어가 직접 일을 하면서 기술을 익히는 방법이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떡은 제대로 만들줄알고 좋은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배워야 제대로된 떡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안산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알게 됐고, 친구의 소개로 한 떡집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주인은 저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어릴 때부터 떡과 관련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어렸지만 떡을 만드는 기술에서는 배울 것이 참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외웠습니다
떡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처음부터 떡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처음 맡은 일은 전날 불려놓은 쌀을 깨끗하게 씻고 재료손질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만들 떡에 맞춰 시루를 준비하는것도 저의몫이엇습니다.
그러면서 옆에서 떡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씩 배웠습니다.
떡은 종류에 따라 쌀가루를 방아에서 내리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어떤 떡은 방아를 한 번 조여서 쌀가루를 만들고,
어떤 떡은 처음에는 조금 풀어놓았다가 두 번째에 조이고, 세 번째에는 다시 조금 풀어서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초보자였던 저는 이것도 레시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종이에 적어놓고 외웠습니다.
이 떡은 이렇게 하고, 저 떡은 저렇게 하는 식으로 하나씩 기억했습니다.
당시에는 정해진 방법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떡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력자들은 레시피를 외우지 않았습니다
경력이 있고 실력이 있는 기술자는 말하는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제가 열심히 메모하고 외우는 것을 보고 그런 방법을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뜻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방법이 정해져 있는데 왜 외울 필요가 없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제가 경험이 생기면서 여러 종류의 떡을 만들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떡을 만드는 과정은 항상 똑같지 않타는것을
특히 쌀가루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쌀의 상태가 중요했습니다.
쌀이 어떤 종류의 쌀인지 건조상태가 어떤지 이런것들이 떡을 만들때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됩니다.
그러면 같은 방법으로 방아를 조절해도 쌀가루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정해진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기술자가 되고 나서 알게 된 것
처음에는 누군가 알려준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떡을 만들고 다양한 상태의 쌀을 접하면서 조금씩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방아질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지금 사용하는 쌀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쌀의 상태에 따라 방아를 조절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외웠던 방법이 항상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 경력자들이 했던 말이 이해됐습니다.
레시피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레시피만 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실제 작업에서도 실수를 했습니다
떡을 배우는 과정에서 저도 여러 번 실수를 했습니다.
초보자일때 처음 꿀떡을 만들었을 때는 속에 들어갈 고물통에 설탕과 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작업장에 준비되어 있던 재료라서 당연히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필요한 재료가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떡은 군대에 간 아들에게 먹이려고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주문하신 분께 연락을 드려 상황을 설명하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다른 떡으로 다시 준비해 보상해 드렸습니다.
이때 재료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나중에 기술자가 된 뒤에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주문이 많이 들어온 날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가래떡에 소금을 넣지 않은 것입니다.
다행히 완성된 떡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만들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의 실수는 모두 기본적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시작됐습니다.
떡은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떡을 만들면서 알게 된 것은 레시피에 적을 수 있는 것과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날 불려놓은 쌀도 단순히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만져보고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필요하면 맛을 보면서 쌀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방아에 넣어 쌀가루를 만든 뒤에도 손으로 만져보면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쌀가루의 상태가 적당한지도 직접 봐야 했습니다.
시루에 떡을 앉힌 다음에는 김이 제대로 올라오는지 확인했습니다.
스팀을 조절하면서 쌀이 익는 상태도 살펴봤습니다.
떡이 익었다고 바로 작업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김 식힌 뒤 모양과 질감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직접 맛을 보면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특히 인절미 같은 찹쌀떡은 익는 정도와 식으면서 굳어가는 상태에 따라 식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만들어보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익혀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레시피는 기본을 배우기 위한 기준이었습니다
초보자일 때는 레시피에 적힌 방법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레시피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레시피는 기본적인 작업 방법을 배우기 위한 기준이었습니다.
기본적인 방아질 방법과 재료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현재 상황에 맞게 판단합니다.
레시피를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레시피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떡을 만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학교에서 배운 것도 있고, 부모님에게 배운 것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보고 배우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방법이 됩니다.
하지만 같은 방법을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일이 달라집니다.
떡을 만들 때 쌀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던 것처럼 사람의 일도 현재 상황을 먼저 살펴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기본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레시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을 배우고 경험을 쌓은 뒤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떡을 만들면서 배운 것도 결국 그런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외우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료의 상태를 보고 작업 방법을 판단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레시피를 많이 외우는 것이 기술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시피와 실제 상황이 다를 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떡을 오래 만들면서 제가 배운 중요한 기술이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새벽마다 불린 쌀을 손으로 감지하고 방아질을 조절하며 깨달은 진리는, 완벽한 레시피란 종이 위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과 재료의 상태를 유연하게 판단하는 기술자의 통찰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 공유해 드린 레시피 너머의 현장 노하우를 통해, 우리 전통 떡과 음식을 만드는 손길에 담긴 정성과 지혜를 한층 깊이 있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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