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하는 모든 것에 아름다움 추천하는 모든 것에 아름다움

해외에서 떡집 운영이 힘든 의외의 이유 (석회수, 물류비, 그리고 쌀)

읽는 시간 약 4분

한국에서 10년 동안 떡을 만들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해외에 나와 지내다 보면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국내에서는 흔하게 접하는 떡인데, 과연 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어떤 떡을 먹고 살까?’

‘해외에서 떡을 만드는 사장님들은 어떤 쌀을 쓰고, 재료는 어떻게 수급할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필리핀 클락 코리아타운, 집 건너편에 위치한 떡집을 직접 방문해 사장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같은 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도 잠시, 사장님이 털어놓으신 해외 떡집 운영의 고충은 한국에서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떡간판

(필리핀 클락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참새 떡방앗간 카페 전경)

1. 한국에서는 당연했던 ‘물’, 해외에서는 최대의 걸림돌

한국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로 떡을 찌고 재료를 씻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은 수돗물에 석회석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떡을 만들 때 석회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정수된 물을 따로 대량 구매해서 사용해야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떡을 찌는 보일러 설비였습니다. 떡은 강력한 스팀 김으로 찌는 작업이 핵심인데, 수질 특성상 보일러 내부에 석회 가루가 지속적으로 쌓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기계 고장이 잦아지고, 보일러를 수시로 분해하고 정비해야 하는 번거로운 노동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2. 재료 수급의 한계와 미묘한 맛의 차이

한국에서는 방앗간이나 수라간에서 퀄리티 좋은 국내산 쌀과 재료를 손쉽게 구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 쌀 수급: 한국산 쌀을 수입해 쓰기엔 물류비 부담이 너무 커서, 현지에서 어렵게 구한 중국산 쌀 등을 조합해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 부재료: 고물이나 앙금 등 대다수 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 오다 보니 물류비로 인한 재료비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재료를 듬뿍듬뿍 넣어가며 아낌없이 만들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재료값 때문에 최소한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조차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습니다. 물맛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다 보니, 한국에서 먹던 떡과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3. 언어와 문화가 다른 현지 직원 교육

떡 만드는 작업 자체가 이미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데,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필리핀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며 동일한 품질의 떡을 만들어내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기술을 가르치고 한국 떡의 섬세한 맛을 이해시키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지 눈에 선했습니다.

10년 차 떡 기술자가 느낀 소회

타국에서 한국의 전통 맛을 이어가기 위해 겪는 이 모든 고충들은, 한국에서 떡을 만들던 저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떡 한 조각’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타향살이 한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일. 필리핀 클락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떡집을 운영하고 계신 모든 한인 사장님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오늘따라 코리아타운 떡집에서 사 온 떡 한 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jimmy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광고 차단 알림

광고 클릭 제한을 초과하여 광고가 차단되었습니다.

단시간에 반복적인 광고 클릭은 시스템에 의해 감지되며, IP가 수집되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