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카트가 해저드에 뒤집혔다?|필리핀 클락 골프장 900만 원 배상 사고의 전말
해외 골프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수많은 돌발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뉴스에서나 보던 ‘골프 카트 해저드 추락 사고’가 눈앞에서, 그것도 내가 안내하는 손님들에게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필리핀 클락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산속의 한 한국인 운영 골프장에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이곳에서는 절대 그런 사고가 날 수 없다”고 장담했던 곳이기에, 그날의 사고는 황당함과 식은땀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발생한 아찔했던 카트 해저드 수몰 사고와 함께, 해외 골프장에서 무심코 서명하는 카트 안전 동의서의 무서운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라운딩 전 서명하는 ‘카트 사고 면책 동의서’의 의미
해당 골프장에 도착하면 가이드인 저는 프론트 데스크에서 카트비와 캐디피를 지불하고 손님들의 라운딩을 안내해 드립니다.
데스크 주변을 보면 영문과 한글로 안내문이 적혀 있습니다. 외부 음식 반입 금지 수칙(적발 시 일정 금액의 콜키지 부과)과 함께, 출격 전 반드시 손님들에게 서명을 받는 서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떠한 경우든 카트 사고가 발생할 경우 모든 비용과 책임은 손님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카트 이용동의서입니다.
보통 손님들은 라운딩을 앞둔 설렘에 이 문구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서명 후 코스로 나가시곤 합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라운딩을 나가면 가이드들은 클럽하우스 한쪽에 마련된 휴게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라운딩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잠깐 눈을 붙이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골프장 프론트 데스크 직원이 뛰어와 저를 급하게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가이드님, 큰일 났습니다! 손님 카트가 해저드(물)에 빠졌습니다!”
카트가 뒤집히며 해저드 수몰, 아찔했던 사고 순간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습니다. 해당 골프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카트가 페어웨이 안으로 진입할 수 없고 카트 도로로만 다니도록 지정되어 있었기에, 구조상 카트가 해저드로 굴러떨어질 수가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놀란 마음을 가누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상황은 참담했습니다. 카트 도로를 벗어난 전동 카트가 해저드 물속으로 굴러떨어지며 완전히 뒤집혀(전집) 있는 상태였습니다.
더 아찔했던 것은 여성 손님 한 분이 물에 빠지면서 카트에 몸이 반쯤 걸쳐진 채 갇혀 계셨다는 점입니다. 자칫 대형 인명 사고나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긴박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천만다행으로 뼈가 부러지거나 큰 외상을 입지는 않으셨지만, 카트가 뒤집히는 충격으로 허리 쪽에 제법 큰 무리가 간 상태였습니다. 마침 같은 골프장에 계시던 손님 중 한 분이 한의사분이셔서 현장에서 긴급히 침 치료와 응급 조치를 진행해 주셨고, 다행히 통증이 많이 완화되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의 자만이 부른 인재(人災)
구조와 응급 조치가 끝난 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사고 경위를 여쭤보았습니다. 사고 원인을 듣고 나니 허탈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부부 동반 팀으로 라운딩을 즐기시던 중, 카트를 운전하며 이동하다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물건) 하나가 카트 밖으로 떨어졌던 것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카트를 즉시 정지(브레이크)시킨 후 안전하게 내려서 물건을 주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계시던 손님은 “운전하면서 천천히 서행하며 손을 뻗어 주울 수 있겠다”고 자만하셨던 겁니다.
카트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밑으로 숙여 물건을 주우려다 순간적으로 운전대를 놓치거나 조작 실수를 범했고, 카트는 그대로 카트 도로 턱을 넘어 옆 해저드 물속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찰나의 방심과 ‘이 정도쯤이야’ 하는 자만이 불러온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습니다.
무거운 정적 속 귀국, 그리고 900만 원의 배상금
사고 수습 후 남은 과제는 현실적인 책임 문제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라운딩 전 프론트 데스크에서 작성했던 ‘카트 사고 시 전액 고객 책임’ 동의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복 및 수몰로 폐차 수준의 손상을 입은 카트 비용으로 총 9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즐거워야 할 해외 골프 여행이 한순간의 사고로 인해 다친 몸과 거액의 배상금이라는 상처로 남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가이드 차량 안에는 그야말로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고, 그렇게 손님들을 씁쓸하게 귀국길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해외 골프장 카트 운전 시 명심해야 할 점
이 사고 이후로 저는 골프장으로 손님들을 모시고 갈 때마다, 차량 안에서 이 에피소드를 꼭 들려드리곤 합니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코스”에서도 방심하는 순간 사고는 터지기 마련입니다.
- 소지품이 떨어지면 무조건 ‘완전 정지’ 후 하차
- 이동 중 물건이 떨어지면 절대로 운전하면서 주우려 하지 마시고, 카트를 멈춘 뒤 안전하게 내려서 주워야 합니다.
- 카트 도로 전용 구역 엄수 및 방어 운전
- 페어웨이 진입이 금지된 카트 도로 전용 골프장에서는 도로 경계 턱이나 경사로 근처에서 항상 서행해야 합니다.
- 카트 이용 동의서의 법적 책임 인지
- 해외 골프장에서 작성하는 카트 관련 서명은 단순한 형식 절차가 아닙니다. 카트 파손 시 상당한 금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되므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즐거운 라운딩의 기본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골프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나는 괜찮겠지”라는 자만을 버리고, 기본적인 카트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키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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