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골프장 카트 추락 사고의 진실|필리핀 골프 가이드 10년 차가 겪은 가장 아찔했던 순간
해외 골프 여행, 특히 필리핀으로 골프 투어를 떠나면 한국과는 조금 다른 골프장 시스템을 접하게 됩니다. 대부분 2인 1카트에 1인 1캐디로 운영되며, 한국과 달리 손님이 직접 카트를 운전해야 하는 환경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필리핀 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경우, 잔디 보호 및 안전을 위해 카트가 페어웨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카트 도로(카트길)로만 이동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카트길에 차를 세운 뒤 공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샷을 하고 다시 카트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라운딩이 진행됩니다.
10여 년간 필리핀 현장에서 수많은 골퍼들을 안내해 오면서 크고 작은 해프닝을 겪었지만, 제 가이드 인생에서 가장 하늘이 노랗게 바뀌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카트길 이동 중 발생한 ‘골프 카트 추락 및 응급 이송 사고’였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발생했던 아찔했던 사고 전말과 함께, 해외 골프장 이용 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카트 안전 수칙을 가공되지 않은 현장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애매한 거리, 카트 뒤 발판에 올라탄 순간 발생한 아찔한 사고
사건은 3박 골프 일정의 마지막 날,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일어났습니다.
티박스에서 1번 샷을 마치고 2번 샷을 친 손님의 공이 생각보다 멀리 나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음 3번째 샷을 하러 이동해야 하는데, 카트 도로에 세워둔 카트까지 걸어서 돌아가 타기에는 애매한 어중간한 거리였습니다.
당시 카트 좌석에는 캐디 한 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다른 캐디 한 명도 좌석에 앉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골프 카트 뒷면을 보면 골프백(캐디백)을 실어 고정하는 공간 밑으로 발을 얹을 수 있는 좁은 연장 발판 구조가 갖춰져 있습니다.
손님은 이동 편의를 위해 카트 좌석에 앉지 않고, 카트 뒤쪽 캐디백 고정대 발판 위에 발을 올린 채 서서 매달려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카트길을 따라 카트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 서 있던 손님이 어떠한 방어 동작도 없이 그대로 뒤로 홀랑 넘어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단순 추락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밝혀진 사고의 진짜 원인
카트 뒤에 매달려 가던손님이 그대로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져 머리를 부딪히는 모습을 본 동반자들과 캐디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현지 골프장의 마샬(Marshal)이 상황을 보고받고 신속하게 현지 병원으로 이송 조치를 취했고, 가이드인 저에게도 급히 연락이 왔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현장에서 함께 라운딩하던 동반자(친구분)인 친구가 쓰러지고 입술이 파랗게 변하길래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병원 검진 결과 머리 겉면에 상처가 나고 엑스레이 분석상 약간의 피고임 현상이 확인되었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뇌출혈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을 통해 들은 사고 원인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캐디가 카트를 거칠게 운전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손님이 카트에 매달려 이동하던 순간 2~3초간 ‘찰나의 심정지(의식 상실)’가 찾아왔던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손의 힘이 풀려 아무런 방어 자세도 취하지 못한 채 뒤로 그대로 넘어졌던 것이 사고의 진짜 원인이었습니다.
현지 수습과 한국 귀국, 그리고 가이드로서 느낀 교훈
병원 측에서는 안전을 위해 정밀 검사와 추가 경과 관찰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하필 당일이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고, 손님 본인도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한국에 들어가서 치료받기를 강력히 희망하셨습니다.
이에 현지 여행사와 골프장 측이 요청한 안전 확인 서면 절차를 서명한 후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한국 도착 직후 대형 병원을 바로찾으셨는데, 천만다행으로 큰 이상이 없어 잘 치료받으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10년 가이드 생활 중 처음 겪은 아찔한 인명 사고였기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엄밀히 말해 카트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원칙적으로 승차 공간이 아닌 카트 뒤쪽 발판에 매달려 가도록 방치한 캐디와 안전 수칙을 간과한 탑승자 모두의 방심이 부른 사고였습니다.
해외 골프장 이용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카트 안전 수칙 3가지
아무리 베테랑 가이드가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절대 카트 뒤에 매달리지 마세요”, “안전선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라고 당부드려도, “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안전 수칙을 소홀히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해외 골프장에서 안전한 라운딩을 위해 다음 3가지는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 카트 후면 발판 매달림 절대 금지
- 카트 뒤쪽 발판은 캐디백 고정 및 작업용 공간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사람이 서서 매달려 이동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 동승자 탑승 정원 및 정식 좌석 준수
- 필리핀 등 해외 골프장은 2인 1카트 운행이 기본이며, 지정된 좌석에 바른 자세로 앉아 손잡이를 잡고 이동해야 합니다.
- 카트 도로 운행 규칙 숙지
- 특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필리핀 골프장은 카트가 페어웨이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카트 도로상에 바르게 주차한 후 안전하게 이동하여 샷을 진행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음식이나 날씨, 코스 관리 상태도 중요하지만, 해외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연 ‘안전’입니다.
찰나의 방심이 평생의 후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지 말라는 안전 규칙은 반드시 지키는 성숙한 골프 문화가 필요합니다.
전 그날의 아찔했던 경험 이후로, 저는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손님들에게 카트 안전 수칙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당부해 드리고 있습니다.
즐겁자고 떠난 해외 골프 투어, 안전이 담보될 때 비로소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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